우주 재질 음색 끝판왕; 볼빨간사춘기 [RED PLANET]
*앨범 리뷰 겸 나의 잡다한 이야기
몇 년 전, 국내 인디밴드로는 손꼽히는 대중적인 성공을 이뤄낸 볼빨간사춘기의 <RED PLANET>
이 앨범이 2016년 8월에 발매되었는데, 나는 2달 전에 다른 페스티벌 스탭 일을 하며 볼빨간 사춘기를 바로 옆에서 봤었다. 그 페스티벌 자체가 신인의 등용문(?)이라고 할 정도로 무대에 섰던 신인들이 다 잘되었는데, 볼빨간사춘기 역시 몇달 뒤 앨범이 역주행하는 걸 보고 놀라웠다. 그 전 앨범인 <RED ICKLE>이나 미생 OST 등도 잘 듣고 있던 터라, 내가 눈여겨보던 가수가 잘되는 걸 보니 신기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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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메인타깃은 10대~20대 여성
아티스트
1. 작명 센스 : 볼빨간 + 사춘기
아이돌 이름 중에 덜 직관적인(소속사에서는 나름 의미를 담았다고 하지만) 팀명들을 보며 안타까웠는데,
확실히 이렇게 직관적인 단어들로 작명을 하니 기억에 잘 남았다.
아무래도 아이돌이야 퍼포먼스나 뮤비 등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반면, 당시 인디밴드는 아티스트나 곡명을 보고 찾아듣는 게 대부분이었기에 존재감 넘치는 팀명이 큰 힘을 발휘한 것 같다.
게다가 '사춘기'라는 것이 '소녀'라던가 등등의 단어보다는 나이에 덜 국한되기 때문에, 그룹이 오래 활동하더라도 크게 후회(?)할 것 같진 않다. '오춘기'라는 말도 중년 이상의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것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사춘기 같은 시절은 찾아올 수 있기에, 그룹의 음악 방향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 작사 작곡 능력치
크레딧을 보니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에 멤버들이 작사, 작곡으로 참여했다. 어렵지 않은 멜로디와 진정성 있는 가사로 대중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데, 내공이 상당한 것 같다. 한두곡 참여한 정도가 아니라 큰틀을 함께 짜고 고민했다는 지점에서 이 팀은 무언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3. 기존 커리어
알고보니 슈스케6 참가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 참가 이전에도 유튜브에 올린 버스킹 영상들이 꽤 있다. 요즘 여러 소속사에서 아티스트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고 있다. 대형 소속사의 경우 자체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력과 이름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볼사는 아티스트 자체가 기존에 쌓아온 커리어가 상당하므로, 그 자체로 실력도 입증되고 팬층도 두터움은 물론이다.
4. 사춘기 소녀스러움
싱어송라이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노래의 느낌이 아티스트한테서도 묻어난다는 것. 무대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 본인이 쓴 가사의 내용처럼 소녀소녀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컨셉
1. 몽환/10대 소녀/ 교복/키라키라메이크업
- 무드는 우주라는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몽환적이고 흐릿한 색채
- 반짝이는 가루와 물방울 등으로 몽환적인 무드 극대화 (뮤비 中)
- 아티스트 스타일링은 키라키라메이크업, 볼터치, 교복 등으로 귀여운 것은 다 때려박은 느낌!
2. 메이저스러움 40%
다른 인디가수들의 경우, 일러스트 등으로 단조롭게 앨범자켓을 구성한 경우도 많다. 반면, 볼빨간 사춘기는 메이크업이나 헤어, 의상을 거의 아이돌 수준으로 셋팅하고, 아이돌 앨범이 주로 추구하는 멤버들 얼굴이 주목되는 얼빡샷으로 구성했다.
이후 앨범들도 헤어나 의상 등으로 차별화를 두고, 멤버들의 실사가 담긴 앨범자켓 구성에서 메이저스러운 면이 보인다. 달리 말하면, 컨셉에 신경썼다는 말?
타이틀 및 수록곡
1. 전체적인 곡의 방향성은 모두 미숙한 사랑 혹은 썸에 대한 이야기. 일관성 있다.
2. 안지영님의 특이한 발음과 비음(?)이 많이 석인 음색이 리스너들의 귀를 자극한 데 확실히 큰 몫을 한 것 같다. 다른 리뷰들을 봐도, 노래 자체의 구성이 특이하다기보다는 감정선 등을 안지영님이 잘 살렸다고 평가한 내용들이 많았다.
3. 노래마다 중간중간 멜로디를 무시하고 박자에만 맞춰 읊조리듯 부르는 부분이 좋다. "물어뜯기, 꼬집기, 깨물기~" 계속 귀에 맴돈다.
4. 처음 시작할 때 비트와 기타로만 시작하는 '싸운날'과 '심술'은 기존 인디음악의 구성과 비슷하다. 그 이외의 곡들은 초반부터 꽉 찬 멜로디 구성에서 메이저(K-POP)스러운 부분이 강해보인다. 다만 전자음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아이돌음악과 차이일 수 있다.
이벤트/프로모션 등
기사를 찾아보니, 앨범 발매 전 팬들을 초청해서 음감회를 열고 타이틀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소규모로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되었기에 팬들이 정말 좋아했을 것 같다. 요즘 팬들은 좀 더 능동적으로 아티스트와 피드백을 주고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런 팬들과의 소통이 충성도 높은 팬을 만든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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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앨범의 곡들은 몇년이 흘러도 가끔 생각나서 찾아보게 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퀄리티의 곡을 적당한 시점에 발매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곡들은 당시보다는 화력이 다소 약해진 것 같다. 이 팀의 성공이 단지 잠깐의 신선함이라는 이유로 평가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할 '우주'를 보여주었으면...!